참고-몽타주 이론
<참고자료>
몽타주: 영화언어의 무한 확장
미국여화가 서사 전달을 편집의 최우선 가치로 두었다면 다른 한편에서는 주체 전달에 보다 주목하기 시작했다. 전자가 관객의 동일시를 통한 상업적 고려를 했다면 후자는 관객의 정신 고양이라는 정치적 입장에 더 밝았다. 전자를 대표하는 편집이 연속편집과 교차편집이라면 후자를 대표하는 편집이 몽타쥬 기법이다. 물론 몽타주도 쇼트와 쇼트간의 유사성과 차이를 고려한 병치편집에 속한다.
몽타주론은 쿨레쇼프와 에이젠슈테인에 의해 정초되고 집대성되었다. 쿨레쇼프는 모스크바 영화학교 교수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서구영화를 관람해 오면서 영화적인 것과 몽타주 미학을 도출해냈다. 그의 몽타주론은 창조적 지형학과 쿨레쇼프 효과로 집약된다.
창조적 지형학(creative geography)은 장면의 몽타주를 통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새로운 공간을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강 시민공원을 걷고 있는 남자를 촬영하고 프랑스의 세느 강변을 걷고 있는 한국인 여성을 각각 촬영한다. 그리고 한국의 서초동 예술의 전당에서 만나는 장면을 촬영한다. 그리고 다른 쇼트는 국립도서관의 설정 장면을 찍고 그 다음 쇼트는 서초동 국립도서관 정문에서 두 남녀가 계단에 오르는 장면을 촬영한다. 이상에서 다섯 가지 촬영소스를 강변을 걷는 두 사람에서 만나는 두 사람, 함께 계단을 오르는 두 사람을 순서대로 이어 붇이면 ‘두 남녀가 강변의 산책을 마치고 국립도서관 앞에서 만나 도서관에 들어간다.’는 이야기가 구성된다. 이는 서로 다른 공간을 촬영했지만 ‘서처동 국립도서관에서 만나서 도서관에 가는 두 사람’이라는 서사를 만들어낸 것이다. 쿨레쇼프는 이와같이, 서로 다른 촬영 장소가 하나의 장소로 통합되고 현실이 조작되는 것을 창조적 지형학으로 명명하였다. 쿨레쇼프는 이반 모주힌(Mozhukhin)이라는 배우의 얼굴과 서로다른 쇼트를 편집하여 몽타주를 통해 배우의 심리적 상태가 창조될 수 있다는 사실을 도출해낸다. 이반 모주힌의 얼굴 클로즈업 장면과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접시와 판에 누워 있는 죽은 여인, 그리고 곰인형을 가지고 노는 아이를 서로 편집하여 모았다. 실험 결과 이반 모주힌의 표정은 동일하지만,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접시의 다음 쇼트에서 모주힌의 표정은 배고픈 상태를 보여주며, 관에 누워 있는 죽은 여인의 다음 쇼트에서는 슬프고 애도하는 표정을 드러내며, 곰인형을 가지고 노는 아이의 다음 쇼트에서는 즐거운 감정 상태가 드러난다. 이 실험으로 몽타주는 배우의 감정 상태를 창조해 내며 동시에 존재하지 않은 심리 상태까지 표현해 낸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 실험으로 밝혀진 사실을 쿨레쇼프의 이름을 따서 쿨레쇼프 효과 (Kuleshov Effect)라 한다.
에이젠슈타인은 자신의 영화언어를 몽타주의 실험으로 확장해 가고 창조해 갔다. 쿨레쇼프가 장면과 장면의 연결을 강조했다면 에이젠슈타인은 장면과 장면의 사이의 충돌을 강조했다. 에이젠슈타인은 다양한 몽타주 이론을 개진하고 이론적 정초작업을 수행해 왔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충돌의 몽타주론이다. 충돌의 몽타쥬(montage of collision)는 쇼트와 쇼트가 충돌하여 새로운 의미와 정서가 생성된다는 이론이다. 충돌의 몽타주에서 쇼트 사이의 충돌(collision)과 대립(conflict)이 중요한 전제이다.
에이젠슈타인의 <파업 Strike>(Sergei M. Eisenstein 에이젠슈타인, 1925)에서 군중의 학살과 소의 도살 쇼트가 결합되어 관객에게 민중의 살육이라는 정서적 자극을 불러일으킨다. 황소 머리의 절단과 군중이 벼랑에서 굴러 떨어지는 장면이 충돌하고, 도살과 학살의 의미가 증폭되게 한다. 이는 도살과 학살이라는 죽음의 의미에 대한 연상적 비교를 통해 그 감정의 강도가 증폭되는 것이다. 이는 상호 유사성을 통한 쇼트의 충돌로 가능한 것이다.
장선우의 <성공시대>(장선우, 1988)에서도 연상 비교에 의존한 충돌의 몽타주를 사용한 장면이 등장한다. 김판촉이 노력하여 막강 그룹의 매출 실적이 도표로 상승하는 것과 성소비와 김판촉의 정사장면이 교차되고 디졸브된다. 두 쇼트의 결합으로 매출실적의 상승과 성적쾌감의 고조가 상승이라는 의미의 유사성으로 결합되어 의미 증폭을 이루어낸다.
또 다른 부분은 대립을 통한 충돌의 몽타주가 있다. 에이젠슈타인은 몽타주를 통해 영화적 표현을 확장해 갔다. 그의 지향점은 이데올로기의 효과적인 전달을 겨냥했다. 그는 영화가 혁명의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보다 강력한 이데올러기를 관객들에게 전파하는 방법으로서 몽타주기법을 활용했다. 그의 영화에 대한 태도와 무관하게 편집기법의 발전 측면에서 볼 때 에이젠슈타인의 지칠 줄 모르는 실험과 노력으로 충돌의 몽타주는 발전되고 분화되어 하나의 영화언어로 자리잡게 되었다.
-강성률 외 12 영화입문 리토피아 2005-